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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8. 11. 18:22 문래 인디커피하우스

[Coffee, 시시콜콜한 이야기]
너에게 소곤대는 이야기
, ‘커피 한잔 하실래요?’의 주술


‘으랏차차, 걸렸구나’라고 생각했어.
감히, 누가 따라가지 않을 재간이 있을쏘냐. 상대는 손예진이라규. 아, 그녀가, 온몸이 썩어문드러져도 좋을, 샤방샤방한 미소까지 품고 말하잖아. “저희 집에서 커피 한잔 하실래요?” 시파, 내가 스크린을 뚫고 그 집으로 들어가고 싶었다니까. 네~ 주인아~씨, 하악하악.


김주혁, 아니 노덕훈, 와방 부럽더라. 그건 은밀한 속삭임 정도가 아녔어. 거부할 수 없는 천사의 계시? 그것이 비록, 아.미.고.(아름다운 미녀를 좋아하면 고생한다)의 시작일지라도 멈출 순 없었을 거야. 알아도 질질~ 끌려갈 수밖에 없는 불가해한 주술, 바로 이것. 커.피.한.잔. 이후 얘기는 않겠어.

알다시피, <아내가 결혼했다>의 한 장면이야. 난 사실 다른 것보다 “커피 한잔 하실래요?”에 꽂혔어. 흐미. (응? 거짓말하는 거야? 사실 손예진에 넘어갔으면서.)


물론 이전에 비슷한 주술이 있었어.
<봄날은 간다>에서 인구에 회자된 은수(이영애)의 명대사 알지? “라면 먹고 갈래요?” 캬~ 그때도 쇠주한잔 들고 찾아가고 싶더라. 상우(유지태) 입은 ‘입’이고 내 입은 ‘주디’냐, 라고 따지면서. 푸헐, 농담이고.


그때도 혹하긴 했지. 그래도 커피만큼 강력하지 않았어. 사람이 달라서가 아니고. 내가 라면보다는 커피를 더 좋아하거든. 요즘 광고에선 조인성이 커피한잔 하라고 은근 졸라대더라. 그런데, 그건 ‘인스턴트’커피라서 전혀 안 땡기고. (에이, 남자가 권해서 그렇겠지. 여자들은 다 넘어가겠드만. ㅋㅋ)



알프레도 토버의 《어느 의사의 고백》에도 이런 얘기가 나오지.

병원에서 만났던, 풍만한 가슴과 쾌활한 걸음걸이로 자신의 육체적 매력에 대해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그녀를 길에서 우연히 만난 ‘나’. 부끄러워하는 내게 자신을 기억하냐며 그녀가 다가와 말하지. 어떻게 지내냐는 나의 물음에 그녀는 답해. “별일 없이 잘 지냈어요. 그런데 저, 혹시 커피 한잔 안 하실래요? 저희 집이 이 근처인데요.” 크헐. 어쩌란 말이냐. 그러나 나는 의대생은 매우 바쁘다며 손사래를 치고, 그녀는 “나는 당신이 좋아요”라는 말로 거듭 꼬드기지. 물론 이상은 책의 본 테마와는 별 상관없는 얘기야. 커피는 마성을 갖고 있어. 상대방에게 호감을 표시하거나 유혹할 때, 커피가 좀 짱이야. (근데, 니 얘긴 꼭 여자들만 커피 한잔 하자고 권하는 것 같다?)


흠, 이건 더 심해. 원재훈의 《모닝커피》에는 어떤 경고가 나오지.

마흔 줄의 심야방송 DJ가 주인공인데, 정신과 의사인 아내와 딸이 있지. ‘사랑을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무거움’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커피 한잔’과 함께 ‘그녀’에게 허물어져. 커피인지, 그녀인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이 퍽퍽함에 절어있던 그의 감성을 깨우지. ‘하찮은 사물, 모든 것에 의미를 담아두던 스무 살의 버릇’이 막막 되살아나는 거야.

그리곤 사랑의 환상여행이 시작되는데, 저자는 이렇게 경고하는 것 같아. 남자는 “커피 한잔 하실래요?”라는 낯선 여자의 말에 조심하라고! 유후~ 역시 교훈은 아.미.고.? (커피 권하는 여자들은 무슨 다들 팜므파탈이냐, 췟. -.- 하긴 여자들은 똑똑해서 남자가 커피한잔 하자고 해도 잘 안 넘어가지? ㅋㅋ)



어어, 오해마. 남자, 여자의 문제가 아니고,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이거야.

몇 년 전이었더라. 미국의 한 단체에서 설문조사를 했대. 행복하게 살고 있는 듯한, 물론 정확하게 속사정은 모르겠지만, 1만쌍의 부부들을 대상으로 이런 질문을 던졌대. “맨 처음 두 사람을 로맨스에 빠지게 만든 동기는 무엇이었나요?”

앞에 얘기한 것 보니, 대충 감이 오지? 맞아. 가장 많은 대답은 “커피 한잔 할래요?”라는 말, 그 말 때문이었대. 커피가 두 사람을, 사랑을 이어준 매개가 된 거라규. ‘커피 한잔’의 위력은 막 이래. (그래, 커피나 한잔하면서 자두의 노래, ‘커피 한잔’이나 듣자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커피 한잔

차라도 한잔
어때요 우리
가볍게 커피 한잔
나와 함께
다정한 얘기 나누며
커피 한잔

혹시나 시간 있나요
잠깐 볼수 있나요
자꾸 그대가
참 궁금해져요
이런 내 마음
어떻게 전하죠
나 용기 낼래요



커피스토리텔러 김이준수

어느 날, ‘커피’가 심장에 박혔다. 이곳저곳을 배회하던 십여 년 직업생활을 때려 쳤다. 그리고 지금, 커피를 생의 중심에 두고, 커피공부를 계속하면서 문래예술공단에서 인디커피하우스를 가꾸고 있다. 프로젝트스페이스 '랩39'의 공정무역 커피프로젝트인  ‘Coffee, 세 번째 첫 사랑’의 시즌1, '골목길 다락방(골다방)'이 그곳.

지금은 수많은 커피지망생 중의 하나일 뿐이지만, 커피와 스토리텔링을 엮은 커피하우스에서 평생 커피 향 맡으며, 커피 향처럼 살고 싶다. 당신에게 후지지 않은 커피 한잔을 건네고 싶다. 커피 한 잔, 하실래요?
posted by 낭만_커피
2009. 7. 8. 11:14 문래동 아티스트

일요일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오늘은 만난 사람들에 대해서만 써도 한 편의 글이 될 것 같다.

1. 문화연대 송수연 씨

처음 문래 예술 공단에 온 날, 나에게 숙소를 안내해주셨던 분. 내게 일요일 두시에 망원역에서 재미있는 일이 있으니 놀러오라고 하셨다. 나도 명함을 받으며 알겠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일요일이 되니 피곤해서 갈까 말까 망설여졌다. 게다가 명함에 있는 번호로 전화해도 받지 않으셨다. 그래도 약속을 했으니까, 인터넷 사이트로 약도를 보고 ‘다정한 시장’이 열리는 민중의 집에 찾아갔다. 아담한 규모로 중고 시장이랑 공방이 열렸다. 나는 할머니가 작업하셨다는 석류가 그려진 마음에 쏙 드는 부채와 원피스를 구입했다. 그리고 카페에 선물할 생각으로 짜투리 공방에서 칠판을 만들었다. 사포질을 하고 붓질을 하고. 후후. 만족스러워.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물건을 사고팔고 노래를 부르고 음식을 함께 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더니라.

2. 파란색 닥터 마틴스의 독일인과 그의 친구

‘다정한 시장’에서 나와서 친구와의 약속을 위해 망원에서 홍대로 이동했다. 그런데 5번 출구로 나오는데 익숙한 뒷모습. 전 날 파티에서 보았던 외국인이다. 별 다른 얘기를 나누었던 건 아니지만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이 반가워서 등을 콕 찔렀다. 뒤돌아본다. 인사를 나누었다. 독일에서 왔다고 한다. 내가 머무는 곳 위층에 독일에서 온 여자가 산다고 말해주었다. 그렇게 몇 마디를 주고받는데 옆에 그의 친구인 듯 한 한국인 여자가 프리마켓이 어디냐고 묻는다. 나는 마침 그쪽으로 간다고 함께 가자고 말했다. 그래서 그 파란색 닥터 마틴스를 신은 독일인과 그의 친구와 프리마켓으로 향했다. 여자 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내 소개를 간단히 했다. 고등학생인데 문래 예술 공단에 열흘 간 머물게 되었다고. 여자 분은 영국에 8년 동안 계시다가 오랜만에 서울에 들어오셨다고 하셨다. 안 그래도 영어를 유창히 잘 하신다. 그리고 Platoon에서 일하고 계신다며 놀러오라고 했다. 프리마켓에 도착. 연락처를 받고 헤어졌다. 나중에 숙소에 와서 Platoon 사이트에 들어 가보니 아티스트 레지던스 프로그램이라든지 전시와 공연을 하는 단체였다. 생각해보니 잡지에서 기사를 본 기억도 있다. 좋아. 만나러 갈게요.

3. 프리마켓 표명선 작가

그것들은 지금 다 어디에 있을까? 누군가의 손가락에? 아니면 어딘가 구석진 곳에? 나는 반지를 잘 잃어버린다. 나의 잃어버린 반지들은 모두 어디에 갔을까? 아직까지도 아까운 것도 여러 개 있다. 몇 년 전 동해로 가족여행을 가서 어떤 절에서 샀던 나무로 된 꽃반지, 작년에 홍대 놀이터 근처에서 샀던 올빼미 반지, 생일 선물로 받은 은으로 된 나비 반지, 인도 물건을 파는 곳에서 친구와 똑같은 것으로 골라 산 터키석 반지, 내가 가지고 있던 고양이 반지과 맞교환 한 자개 반지. 그것들을 잃어버리지 않고 갖고 있다면 내 오른 손 다섯 손가락 모두에 하나씩 끼고 있을 텐데 말이지. 그런데 나와 반지를 맞교환한 내 친구는 일 년이 다 되가는 지금까지도 끼고 있다. 그 친구가 끼고 있는 반지는 내가 작년 가을 디자인 올림픽에서 열린 프리마켓 시장에서 구입한 것. 그 반지를 사면서 만났던 분이 표명선 작가. 반지를 사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연락처도 주고받게 되었다. 그 뒤로 메일로 몇 번 아주 간단하게 안부를 주고받았고 겨울에 홍대 근처 그 분의 공방에 들러 잠깐 인사를 하고 지나간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프리마켓을 찾았을 때도 표명선 작가를 만났다. 프리마켓에는 금속 공예를 하거나 악세사리를 파는 사람들이 꽤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표명선 작가의 작품들은 매우 독특하다. 여쭤보니 15년간 금속공예를 하셨다고 한다. 나는 어떤 일을 15년 간 할 수 있을까? 이번에 작업하신 반지들 중 새로운 것에는 개구리와 용을 모티브로 한 것들이 있었다. 용 반지는 정말 정교하고 예뻤다. 나는 이것저것을 껴보았지만 사지는 않았다. 또 잃어버리게 될 것 같아서. 표명선 작가는 그 자리에서 내가 부채를 들고 서 있는 실루엣으로 펜던트를 만들어 주셨다. 고마워요. 이 선물은 잃어버리지 않을게요.

4. 이소주, 박윤정, 카트린 씨

프리마켓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카페에 가서 젤라또를 먹고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가 헤어졌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맞은 편 건물에 서 있는 이소주씨를 만났다. 인사를 했다. 박스를 들고 있는 이소주씨. 복숭아였다. 하나 집어가라고 했다. 하나 집었다. 그러다가 작업실로 따라 들어갔다. 숙소에서 창문 밖으로 보이는 이소주씨의 작업실. 언젠가 습격해야지 하고 벼르고 있었는데 이렇게 쉽게 풀리다니. 사실은 몇 번 그 앞까지 간 적이 있긴 하다. 전 날 파티에서 잠깐 나와 숨을 돌릴 때도 작업실 앞 복도에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고양이 세 마리를 보았었다. 오늘 가니까 고양이 다섯 마리가 있다. 아 너무 귀여워. 그리고 이곳과 너무 잘 어울려. 도도한 고양이들이 꼬리를 빳빳하게 세우고 나를 건드리며 지나간다. 작업실에는 카트린과 박윤정씨도 있다. 카트린에게는 ‘도도하다’가 무슨 뜻인지 설명해주었다. 카트린은 독일에서는 호주에 살다가 멸종된 ‘도도새’ 때문에 ‘도도’가 ‘멍청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해줬다. 같이 밥을 먹으러 가게 되었다. 나는 속이 안 좋지만 이소주씨, 카트린과 길게 이야기해 본 적이 없어서 따라갔다. 그래서 이소주씨의 여자친구 박윤정씨까지 넷이서 근처 일식집에 밥을 먹으러 갔다. 그런데 이 사람들 너무 재밌다. 안 그래도 장난꾸러기 같이 생겼는데 장난꾸러기인 이소주씨, 시크하고 쿨한 여자 박윤정씨, 그리고 나의 카트린.

5. 그녀는 나의 멘토

저녁도 먹고 집에 들어왔다. 시간은 아홉시 반. 이 정도면 하루의 일정이 마무리 되어도 좋을 법한 시간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뭔가 아쉽지? 뭔가 빼먹은 게 있는 것 같다. 오늘은 여기서 끝나서는 안 된다.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연락을 해야지. 문자를 보내자. 언니 우리는 언제 만나?ㅋㅋㅋ 바로 답장이 온다. 오예. 오늘 볼까? 응응응응응응응응. 그래서 나는 열시에 집을 나서서 인덕원역으로 출발. 못 다 한 빨래를 싸들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나는 늦은 밤 지하철철철철철철철철. 한 시간 지나서 도착. 맥주와 레모네이드와 프리챌을 사들고. 작년 가을에 왔던 곳인데 길치인 나는 기억할 수 있을까. 대충 잘 찾아갔는데 어느 건물인지 모르겠어서 길에서 소리를 질렀다. 언니! 건물 이층에서 굵직한 대답. 왜! Got you. 계단을 오른다. 언니가 문을 열고 서 있다. 이게 얼마나 오랜만이야. 우리는 들어서자마자 Talk talk talk. 새벽 다섯 시까지 동이 터올 때까지 이야기를 했다. 새벽 다섯 시에 조그만 자취방에 누워서 창문으로 새벽빛이 들어오면 뭐랄까. 다른 세계에 있는 듯 한 느낌이 든다는 것을 당신은 아는지. 잠을 조금 자고 여덟 시에 언니가 출근하는 시각에 같이 나왔다. 언니는 나의 멘토다. 조금 더 앞에서 내게 필요한 것들을 짚어준다. 고마워.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