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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14. 18:12 문래 인디커피하우스
한달에 한 번꼴로 골다방을 찾아주는 고마운 커플이 있지.
물론 잘 생기고 예쁜 사람을 편애하는 쥔장의 취향에 딱 맞는 선남선녀야.^^;


이 커플, 정말이지, 무척 닮았어.
처음 봤을 땐, 남매가 아닐까, 생각했다규.
많은 사람들 역시 그런 오해 같은 착각을 할 정도라니까 뭐~
그 닮은 꼴만으로도 이 커플, 분명 '인연'이라는 생각, 절로 들었어.
살아가면서 닮아간다는데, 그 전부터 이리 닮았으니, 어찌 인연이 아니리오~호.

그런 커플이지만,
쉽게 이어진 그런 인연, 아니더라규.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이야기는 물론 아니궁,
그 이야길 듣고선, 음... 뭐랄까, 나는 응원군이 됐어. 으쌰~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지만,
그들의 인연이 신기루처럼 휘발되거나 고리가 끊어지지 않길, 강력히 바라는.

모든 걸 풀어놓을 순 없어 요약하자면, 
남자는 결혼을 했다가 이른바 돌아왔으며,
한때 탕아처럼 방황도 했으나 이 여자를 만나 훅~ 달라졌어.
그 자신도 사람이 이럴 수도 있나, 싶게 놀라고 있다니까, 역시나 사랑은, 흐흐...

여자는 그런 남자의 아픔과 방황을 알고, 삼자가 보기엔 충분히 포용하고 있구.  
그러니까, 세속의 기준으로 이혼을 경험한 남자와 결혼을 아직 않은 여자의 만남.

근데 알잖아! 세속은 그런 관계와 인연을 해맑은 시선으로 봐주지 않지.
아직 취향이 비좁은데다 오지라퍼들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야.
비슷한 세대에서도 백태클을 거는 게 부지기수인데, 
부모 세대로 거슬러 오르면야 대놓고 후려치기지. 

맘 같아서야 태클 거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지.
아따, 뭐 그리 복잡하노?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만났고 사랑하잖아! 

흠, 내는 부모가 아니래서 모른다꼬? 
니 형제자매 혹은 절친이 그랬다면 가만 있을거냐고?
된장, 그런 거 갖고 태클 걸어야 한다면 부모형제자매절친 안 하고 말란다. 
무가당두유 카페라떼를 좋아하건, 크림 팍팍 화이트 초콜릿모카를 좋아하건,
내가 사랑하는 걸 사랑하고 싶은데, 왜 그리 쑤근쑤근 거리면서 비좁게 구냐곳!

아, 적당한 비유는 아녔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분명 있지만,
핵심은, 그들이 주변으로부터 덜 고통받고 타자화되지 않았음 하는 바람.
사랑의 결대로 그 인연이 이어져 나가면서 그들의 바람을 하나씩 이루는 것.

그것이 제3자인 이 골다방 레지가, 
비록 그 사랑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두 사람 사이의 교감이나 눈빛을 보면서 가진 바람.
사실 말로 이리 씨부려봤자, 별 소용 있는 게재는 아냐.
그 사랑 앞에서 그 기운과 아우라를 목격한다면, 아마 당신도 단번에 훅~ 
사랑한다면 또한 그들처럼.


사랑하게 되면 단순해지는 것.

보고 싶어서 보고, 보지 못해서 보고 싶고,

보면 안 된다고 하면 더욱 보고 싶은 것.(조규찬)




우리의 눈은 보고 싶은 것만 고집스럽게 보려 하고,

우리의 귀는 듣고 싶은 것만 땡깡지으며 들으려 하며,

우리의 마음은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선 폭력적이 되곤 하지.

모든 사랑은 당사자의 선택이 되어야 한다는 단순한 이치.

어느 한쪽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말고 다른 이의 사랑을 재단하지 않기.


부디, 그들이 계속 사랑하게 해주세요~ 네에~

골다방 레지가 언젠가 그들에게 주고픈 골다방 커퓌메뉴는, 부엔 까미노~

그게 뭐냐고?
직접 찾아보시라. 찾는 것이 힘! 

들려주고 싶은 노래는 이것. 

힘겨워 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노랠 만든 해철님의 당초 취지는,
지금은 철 지난 동성동본 연인을 위한 것이었지.
당시는 동성동본 결혼이 법으로 금지돼 있었는데,
이 노래가 그 케케묵은 법에 관심을 집중시켜 헌법소원으로까지 이어진 결과,
2005년 동성동본 결혼금지법이 8촌이내 친인척간의 결혼금지법으로 개정됐어.
한 노래를 계기로 법이 개정된 초유의 경우였다네~ 놀랍지?
뭐, 내 얘긴 꼭 그런 상황이 아니라도, 어쨌든!) 


posted by 낭만_커피
2009. 10. 9. 20:27 문래 인디커피하우스
블로그를 통해 맺어진 인연 중 최초로,
골다방을 찾아왔던 한 인연이 건네준 쿱아(쿠바) 커퓌.

어느날 갑자기 찾아와, 깜딱 놀라기도 놀랐고,
미리 정해놓은 일정에 쫓겨 제대로 대접도 못했건만,
내가 마시고 싶다고 칭얼댔던 쿱아커퓌를 손수 갖다주시기까지.

크왕~ 감격에 감동했던 그 순간.
더구나 그 인연이 쿠바에 들러다 온 김에 사왔다는 오리지널.
으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 정말 기분 좋았다는!

그런데, 부러 아끼고 아꼈다.
아끼다 똥 된다는 것 알았지만,
더구나 볶아서 갈아진 커피는 오래 놔두는 법 아닌데!
그럼에도 아끼고 싶었다. 체 게바라 기일도 얼마 남지 않았기에.

그래, 오늘, 10월9일.
한글날보다 더 의미를 두는 체 게바라의 기일.
1967년 10월9일, 볼리비아의 정글에서 혁명의 여정을 마감한 체.

체의 42주기를 맞아 혼자만의 의식을 치렀다.
아꼈던 쿱아 커피를 꺼내,
체를 위해 아껴놓은 쿱아 커피.

의식을 치르기 위해 커퓌바를 깨끗이 닦고,


드립으로 마시기 위해 준비를 마치고,


쪼르르르, 커피를 내린다.

오래된 커피라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그래도 내겐, 어떤 혁명이 흘러내린다.

젤로 아끼는 머그잔에다 따르는 혁명!


그러니까, 이것은 검은 혁명.

체를 그리면서 커피를 흘러내리는 나만의 의식.

마일드는 필요없다, 오로지 스트롱으로.

검디검은 진한 블랙의 커피가 만드는 혁명적 평화!

볶고 갈은지 오래된 커피라 감히 좋다고 말할 수 없지만,
이 커피가 목구멍을 통해 내 안으로 흘러들어갈 때, 그 순간만은 뜨겁고 진했다.

커피가 혁명을 만든다.
커피는 세상을 바꾸는 힘을 지녔다.
역사적으로도 그건 사실(프랑스 혁명)이지만,
그 순간만큼, 나는 그것을 바라고 바라면서 검은 혁명과 마주한다.

내가 아는 혁명은, 그런 것.

누구의 배도 곪지 않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
골다방에서 '논 그라타'가 퍼포먼스를 하면서 쓴 이 말,
"MOST IMPORTANT THING IN THE UNIVERSE IS -> FULL STOMACH"

그리하여,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부디! 타자에 대해 둔감해지지 않기.
삶의 미각에 묻은 씁쓸함을 외면하지 않기.
내가 하는 일이, 하고 싶은 일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이 되길.

내가 건넨 커피 한 잔이, 누군가에겐 그러하길.
우리가 발 붙이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해,
"우리가 정말 잘 살고 있나?"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그것들을 한번쯤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그리고 언젠가, 내 마음속으로 흘러내리고 싶은,

체의 초상이 그려진 이 커피.

내 혼자만의 의식을 치른 뒤,

이 골다방을 찾아준 고맙고 좋은 사람들.
캄솨~

다시 꺼내본다.
쿠바 독립의 아버지이자, 문인·정치가·혁명가였던,
체 게바라에 큰 영향을 줬다는 호세 마르티의 일갈.
"단 한 사람이라도 불행한 사람이 있다면,
그 누구도 편안하게 잠을 잘 권리가 없다."

아, 그나저나 먹고사는 문제!
정말 어렵다~~~~~~
My Stomach을 Full하게 하는 일, Not Easy!
그러나, 죽지 않아~~~~~~~

"승리할 때까지 Hasta la victoria Siempre"


그리고 1년 전 오늘, 돌아가셨던 친구 아버님.
"아버님, 그곳에서는 건강하세요."
posted by 낭만_커피
2009. 9. 5. 21:49 문래 인디커피하우스
간혹, 고딩(들)도 골다방을 찾아온다.
그런데, 교복까지 갖춰입고 찾아온 예는 없었다.
정말 뽀송뽀송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만큼의 남고딩이 한 명 들어선다.


카메라를 둘러멘 것으로 보아, 출사를 나온 듯하다.
어떻게 찾아왔나 싶어, 궁금함이 묻어난다.

역시나 사진촬영을 위해 이곳을 들른 거다.
'좋은 걸 어떡해'(카라멜 마키아또)를 시키는데,
이젠 촌스럽게 물어보지 않기로 한다. "고등학생인데 커피 먹어도 돼요?"
아, 한번 그랬다가 쫑크를 먹었던 터라.^^;;;
 
어느 별에서 왔냐고 물었더니, 파주란다. 우와~
되게 멀리서 왔다고 놀랐더니, 1시간도 걸리지 않는단다.
음, 이 몸이 집에서 여기까지 오는 시간보다 덜 걸린다.=.=;; 된장.

파주가 그렇게 외딴 시골이 아니라고 강변하는 이 소년.
후훗, 귀엽기도 하지.
물론, 그곳이 시골이라서가 아니라,
경계를 넘어서는 곳이라 멀게 느껴져서 그랬어요~

파주에서 왔다고 하니, 자연 헤이리 얘기도 나왔는데,
이곳이 헤이리마을 같은 곳이 아닐까 생각했단다.
그런데 와 보니, 이 곳이 더욱 좋단다.
인위적으로 예술마을을 꾸민 곳이 아닌, 자연적으로 생긴 이 곳이.

이번이 두 번째라는 소년.
그 뽀송뽀송한 얼굴에 참으로 즐거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혼자서 이런 공간을 찾아 혼자서 즐길 줄도 아는 이 소년이,
왠지 참으로 미덥고 대견하다.

지금 고2의 학생이라,
더 자주 이곳을 찾지 못해 안타깝다면서,
대학에 가면, 사진을 전공하고 싶다고 했다.
여기 사진작업을 하시는 작가도 계시다고 위치도 알려줬더니,
무턱대고 찾아봬도 될까요, 라고 그 순진한 얼굴로 묻는다.
그럼, 나쁜 분이 아니니까, 괜찮아, 괜찮아.

문득, 나보고 왜 이곳에 왔냐고 묻는다.
음, 10대에게 받아본 그런 질문은 처음이라,
잘 알아들을 수 있게 어떻게 대답할지 아주 잠깐 고민하다가,
짧고 간명하게 대답한다. "재미있게 살려고!"

그랬더니 얼굴이 환해진다.
소년이 보기에도, 어른들 쳇바퀴가 안돼 보였나보다.
아니, 분명 소년도 어른이 되면 그렇게 살고 싶진 않을 게다.
다른 삶을 허용하지 않고,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살아가는 대부분의 삶.

어줍잖게, 꼰대의 조언을 하고 만 셈이지만,
하고 싶은 일, 무엇을 하면 행복해할지 스스로 찾아보라고 한다.

지금 소년에겐, 사진이 그런 존재인 것 같다.
소년은 옥상의 트랜스포머를 비롯, 몇몇 작품을 마주하고,
옥상에서 본 풍경을 찍고는, 벤치에 걸레질하고 있던 내 모습도 찍고 싶단다.

자주는 아니지만, 또 오겠다는 인사를 한다.
다음에 올 때는 날 찍은 사진을 꼭 주겠다는 말과 함께.
그냥 빙그레 웃음이 났다.

교복을 입고 찾아온 오늘의 고마운 어린 손님.
부디 꼭! 사진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나갈 수 있길.
내가 바랄 수 있는 것은 그것 하나였지만,
오늘 하루, 이 작은 손님으로 인해 므훗했노라.
언젠가 소년이 찍은 사진을 이 공간에서 전시할 수 있는 그날도 오길.

posted by 낭만_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