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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 이야기.
낭만_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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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7. 3. 21:40 문래 인디커피하우스
[Coffee, 시시콜콜한 이야기]
이 여자의 모놀로그 커피가 가끔, 남자보다 좋은 11가지 이유


얼마 전, 그 머저리 등신 같은 남자와 헤어졌어요.

아 놔~ 진절머리 나는 수컷이었어요. 처음엔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살살 거리더니, 애인이 됐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확 달라지더라니. 아, 뭥미(뭐야)했지만, 내가 승낙했고 혹시나 해서 더 지켜봤어요.


그런데 본색이 드러나는데, 지랄 맞더군요. 허풍은 엄청 센데다,(만날 거짓 예언이나 실언만 해대요) 꼴보수 마초에,(마사지 걸을 고를 땐 못생긴 여자를 골라야 한대나) 자기중심도 없이 강한 자에겐 펄럭거리면서(자기가 무슨 오바마와 닮은꼴이래요), 결단이 필요한 순간에선 자기고집만 내세우는(같은 교회 다닌다고 일을 망쳐도 아삼육처럼 붙어 다니는 거 있죠? 걔네들 사귀나?), 찌질이였어요.

여병추(여기 병신 하나 추가요~) 외치고 싶더라니까요. 그러고도 지가 차일 것 같으니까, 눈치 채고는 먼저 차는 거 있죠. 여자에 대한 예의라고는 한 올도 없는 놈이었어요.


그때, 커피가 절 위로해 줬어요.

그 찌질이에게 상처 받았을 때, 커피가, 커피 한잔이 위로해 주더라고요. 희한한 게, 전엔 그렇게 커피를 마시지도, 음미하지도 않았었어요.그런 얼척(어이)없는 헤어짐이 있은 뒤에 마신 커피가 제 마음을 누그러뜨리더라고요. 어떤 안식처 같았어요.

그 놈은 헤어지고 나서도 나한테 계속 상처주고, 흠집 내느라 정신 없었어요. 지는 다 잘나고, 모든 게 다 제 탓이래요.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같은 놈이었어요. 인터넷에 자기 글 쓰면, 죽인다는 식으로 나오고. 참내, 지도 쪽팔린 줄은 알았나보지. 어쨌든 그런 수모를 추스를 수 있었던 게, 커피 덕이었어요. 정말 커피가 남자보다 낫다는 생각도 들었어요!(반짝☆반짝★)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커피가 남자보다 좋은 이유에 대해서. 한번 들어보실래요?


일단, 커피는 뜨거워서 좋아요.

놔두면 식어버리긴 해도, 커피 메이커 켜놓고 산책을 하고 돌아와도 커피는 여전히 뜨거워요. 지 마음대로 식어버리는 남자보다 훨씬 낫죠. 그 놈 봐요. 연애 전에는 그렇게 뭘 살리겠다고 주접떨더니 이젠 꼬랑지 내린 거. 미친 놈.

둘째, 커피는 상스러운 욕설을 담지도 않아요.


아유, 심심하고 성질 뻗친다고 ‘씨~’를 수시로 내뱉는 수컷들, 아 재수 없어요. 문화적인 소양이나 교양 없는 짓거리 해대는 수컷들은, 그저 내동댕이쳐야 해요. 커피 주기도 아까워.

셋째, 커피(컵)는 사이즈가 문제 안 돼요.

남자는 왜 그리 사이즈에 신경 쓰죠? 747 비행기에만 꼭 타야하는 것도 아니고, 3000m 상공으로 올라가야 자기 공이 커지는 것도 아니고. 여튼, 수컷들은 이상해요. 사이즈에 그렇게 집착하고. 그런 남자들에게 지쳐요. “크기가 무슨 문제겠어요”라는 말을 하는 것도.

아, 시간이 없네요. 나머지는 한번 읊어볼게요.
당신은 어느 정도나 동조하는지 체크해 보세요~


넷째, 커피는 권위적이지도 않고, 내 얘기에 항상 귀 기울여주며, 지적인 대화도 가능해요.

다섯째. 커피는 내 키스 자국이 남아도 내가 닦을 때까지는 스스로 지우지 않아요.

여섯째. 커피는 내가 원하는 만큼 달콤하게 혹은 진하고 연하게 만들 수 있어요.

일곱째. 커피는 내 외모, 몸무게, 헤어스타일 갖고 일일이 신경 쓰거나 왈가왈부하지 않아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줘요.

여덟째. 커피는 뚜껑을 올린 채 그냥 두지 않아요. 남자들처럼 양변기 뚜껑 올리고 물이 튀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는 족속이 아니란 거죠.

아홉째. 커피에게는 제발 관심 가져달라거나 애정을 쏟아달라는 말을 할 필요가 없어요.

열 번째. 커피는 알코올을 섞어도 과격한 모습 보이지 않아요. 개가 되지도 않죠.

마지막. 커피 얼룩은 지우기 쉽고, 내가 버리지 않는 한 달아나지도 않아요. 그러나 남자한테 받은 마음의 얼룩은 지우기도 쉽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죠.

아, 문래예술공단에 커피하우스가 생겼다던데, 예술적 감흥도 즐기고 얻을 겸, 그곳에 한 번 가봐야겠어요. 커피 좋아하는 남자, 저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남자, 어디 없을까요? 커피 같은 남자, 소개해 주세요~ *^.~*



커피스토리텔러 김이준수


어느 날, ‘커피’가 심장에 박혔다. 이곳저곳을 배회하던 십여 년 직업생활을 때려 쳤다. 그리고 지금, 커피를 생의 중심에 두고, 커피공부를 계속하면서 문래예술공단에서 인디커피하우스를 가꾸고 있다. 프로젝트스페이스 '랩39'의 커피프로젝트인 
‘Coffee, 세 번째 첫 사랑’의 시즌1, '골목길 다락방(골다방)'.

지금은 수많은 커피지망생 중의 하나일 뿐이지만, 커피와 스토리텔링을 엮은 커피하우스에서 평생 커피 향 맡으며, 커피 향처럼 살고 싶다. 당신에게 후지지 않은 커피 한잔을 건네고 싶다. 커피 한 잔, 하실래요?

posted by 낭만_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