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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_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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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8. 16. 14:47 문래 인디커피하우스
아아, 이곳은 인디커피하우스, '골목길 다락방(골다방)'.
(정식명칭은 초큼 길다. Project Space LAB39의 공정무역 커피하우스 프로젝트,
'Coffee, 세 번째 첫사랑' 시즌1, 골목길 다락방. 헥헥... 아놔~ 나도 힘들다규!)

근디, 커피하우스면 커피하우스지, 왜 '인디'가 붙냐고?

우선, 커피하우스(카페)라고 하면, 떠오르는 그런 이미지, 여긴 없다규~
아기자기 예쁘고, 세련되고 깔끔한, 혹은 빈티지든 아니든 간에.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잘하면 몇 개 정도나 있을까.

무엇보다,
이 곳은 자본으로부터, 통념 혹은 관념으로부터, 뚝 떨어진 돌연변이~

그러니까,
몇몇 사람들의 소소한 관심과 흥미, 보탬과 참여로 만들어진 인디 커피하우스.

아, 물론 그렇다고,
고객으로부터의 독립은 절대 아닌.
커피는 모름지기,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면서 정신을 깨워야 하는 유혹.
결국 고객이 그 커피를 마시게 하기 위한 거다.

<해바라기 씨> <햇살의 맛> <너와 나>의 감독, 웨이아팅의 이말.
"영화는 결국 찍어서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거다.
독립영화의 독립이라는 단어는 제작이나 투자의 독립, 감독의 생각, 사상의 독립을 말하는 거지, 관객으로부터의 독립을 말하는 게 아니다."

왜! 그렇게 해야 했느냐고, 묻지 말아주삼.
생을 살다보면, 그래야만 하는 일이 있는 법이라규.(김갑수 쌤이 하신 말이지ㅋ)
베토벤도 자신의 현악사중주 가운데 한 악보에 그렇게 적었단다.
‘꼭 그래야만 하는가? … 그래야만 한다!’

마약 같은 월급에, 생을 저당잡힐 것 같던, 어느 날,
 
‘커피’가 심장에 박혔고,
커피 한 잔으로 연결되는 세상을 그리게 됐지.
당신과 나, 혹은 저 아프리카 어딘가의 커피 생산자와 우리.
무작정 발걸음을 뗀 거야.
발걸음 내딛는 곳이 길이겠거니 하공.

그래, 이곳은 문래예술공단의 인디커피하우스,
골목길 다락방이라규.

지금의 나는, 수많은 커피지망생 중의 하나일 뿐이야.
그래도 언젠간, 커피와 스토리텔링을 엮은 커피하우스를 엮으면서,
평생 커피 향 맡으며, 커피 향처럼 살고 싶어.
어느날, 내 가슴엔 심장 대신 커피나무가 자라고 있을 지도 모르지.
그 나무가 무럭무럭 자란다면 당신에게도 분양해 줄게~

그런 지금의 내 마음이야.
그런 마음을 담아 당신에게도 후지지 않은 커피 한 잔을 건네고 싶어.
‘모든 것은 모든 것에 잇닿아있다’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말마따나,
커피 한 잔 그것은,
누군가가 커피나무를 심어 정성으로 가꾸고 수확했고,
우리는 그 사람과 우연찮게 잇닿게 되는 것이지.
당신과 나의 우주가, 지구와 안드로메다 사이가 아니듯 말이야.
물론, 당신이 필요로 할 때,
제가 따르는 커피 한 잔이 당신의 마음을 적셔주었으면 좋겠어.



감성노화를 막는 한 가지 방법,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좋은 커피.
당신에게 권해.

커피 한 잔... 할래? ^.^
 
이 골목길 다락방은 다음 사람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사회를 꿈꾸는 그런 사람들.

권범철,
김강, 김윤환, 박병률, 박선제, 손민아, 송수연,
서양하,
안태호, 정성기, 최강문, 최호찬, 한종윤,
그리고 나, 준수.

posted by 낭만_커피
2009. 8. 12. 16:14 문래 인디커피하우스
[Coffee, 시시콜콜한 이야기]
커피 볶다가 생긴 일, ‘커피볶기의 균열, 생의 균열’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서는,

커 피를 볶는 과정이 필요하다. ‘로스팅(Roasting)’이라고도 부른다. 물론 좋은 커피 생두(Green bean)를 선택하는 것, 와방 중요하다. 그리고 이걸 잘 볶아야, 생두는 훌륭한 원두로 변신할 수 있다. 생두의 성격에 맞춰, 커피 마시는 사람의 취향에 맞춰, 볶아줘야 한다. 전깃불에 콩 볶듯 생두를 다루면, 그건 커피에 대한 모독이다. 모름지기 볶기를 잘해야 생두가 살고, 커피가 산다. 제 아무리 좋은 생두라도 커피볶기에 실패하면, 그 커피는 ‘꽝’이다. 그러니까, 볶는 것도 기술이다. 무슨 방법으로, 어떤 온도에서, 열 조절은 어떻게, 로스팅 정도 등등을 결정해야 하는 것. 커피볶기는 그렇다. 끊임없는 선택의 결과다. 인생과 다를 바 없는.


균열이 생겼다.
커 피를 볶는 과정에서 열 조절을 제대로 못했다. 투입온도도 그렇고, 화력조절을 하면서 생긴 균열이었다. 생두의 표면이 징징 울고 있었다. 원두가 돼 가는 과정에서 태클이 걸린 것이다. 뽀깃뽀깃, 균열이 생긴 생두를 보자니, 괜히 마음이 쓰라렸다. 열이 콩을 팽창시켰으나, 콩이 그 열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생두는 예민하다. 단단한 녹색의 콩 같지만, 그 표면만으로 단순 평가해선 안 된다. 열과 결합하면 더욱 예민해진다. 자라는 동안 콩 안에 결합된 모든 요소들이 열 속에서 분해되고 재조립되기 때문이리라. 그 요소들의 재결합을 돕는 일, 그것이 또한 커피볶기다. 그런데, 나는 그들의 재결합을 방해한 것이다. 이런, 된장할. 


으아~ 나는 죄인이 되고 말았다.
적정한 열로 콩을 다독이지 못한 죄. 커피의 탄생을 방해한 죄. 무엇보다 느닷없이 생두의 생에 균열을 가게 만든 죄. 나는 어찌할 수 없는 ‘죄인’이다. 커피야, 미안해. 너의 쇄골뼈가 제대로 형성되기 전에 얼룩을 생기게 하고 말다니. 그렇다. 얼룩!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생에는 느닷없이 얼룩이 생긴다. 균열 때문이다. 며느리도 모르게 찾아오는 균열은 예고 따위 없이 찾아오곤 한다. 하긴 예고하고 찾아오면 그게 균열인가. 커피볶기에 찾아온 균열도 애초 예고된 것은 아니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커피볶기든, 생이든, 균열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런데 좀 다른 것이 있다. 커피볶기의 균열은 비교적 인과관계가 뚜렷하다. 온도나 열 조절에서 비롯된다. 즉, 커피볶기의 미숙함. 마음은 그렇지 않으나 부족한 기교와 정성 때문에 발생한. 그러나 생의 균열은 때론 인과관계나 맥락 없이 닥친다. 전생이라든가, 살아오면서 켜켜이 쌓아온 총합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좀 아니다. 생의 균열은 기습적인 경우가 많다. 물론 생에 그닥 타격을 주지 않는 균열도 있다. 얼룩이 작고, 금세 지울 수 있는 경우. 그렇담, 다행인 게지. 그게 아니라면, 균열은 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다. 무방비 상태에선 대책 없이 쓰러질 수 있다. ‘준비’는 아니지만, ‘염두’에 둬야 한다. 어느 순간 균열이 닥칠 수 있다는 사실. ‘일어나지 않으리란 확신’보다는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 

균열이 일어난 커피는 맛이 떨어진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균열이 일어났지만, 그래도 볶았다. 그리고 마셨다. 커피 향미가 제대로 살질 않았다. OTL! 균열이 절대적인 이유는 아녔지만, 균열 역시 한 몫 했다. 생의 균열은 어떨까. 생의 맛이 떨어질까. 아니 마냥 그렇진 않다. 떨어질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균열에 대처하는 자세에 따라 생은 달라진다. 균열이 자극이 돼서 생을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다. 정반대일 수도 있다. 커피볶기의 균열처럼. 다만 이것은 분명하다. 생의 균열은 ‘before’와 ‘after’를 구획 짓곤 한다. 같은 것을 보고 듣고 읽거나 경험해도 이전과 다르다는 것. 알다시피, ‘before’ 그리고 ‘after’ 두 단어사이의 간극만큼, 생은 균질하지 않다.


커피볶기의 균열이 엉뚱하게 생의 균열까지 도달했다.
균열이 일어난 커피를 마시는 일이 그닥 기분이 좋지 않다. 그런데 그 균열은 따지자면, 나 때문이다. 커피 자신이 원하거나 자초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녀석은 그것을 감당해야 한다. 생도 마찬가지다. 내가 원하거나 자초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것을 감당해야 한다. 균열이 단순 얼룩이 될지, 평생의 흉터가 될지, 글쎄, 모르겠지만, 참고 마시라. 볶기 과정에서 균열이 일어난 커피라도. 누군가에게 대접할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뭐니뭐니해도, 균열이 이것을 바꿀 순 없다. 별이 지는 어제, 태양이 뜨는 오늘.

(* 개인블로그 http://procope.org에도 실렸슴. )

커피스토리텔러 김이준수

어느 날, ‘커피’가 심장에 박혔다. 이곳저곳을 배회하던 십여 년 직업생활을 때려 쳤다. 그리고 지금, 커피를 생의 중심에 두고, 커피공부를 계속하면서 문래예술공단에서 인디커피하우스를 가꾸고 있다. 프로젝트스페이스 '랩39'의 공정무역 커피프로젝트인  ‘Coffee, 세 번째 첫 사랑’의 시즌1, '골목길 다락방(골다방)'이 그곳.

지금은 수많은 커피지망생 중의 하나일 뿐이지만, 커피와 스토리텔링을 엮은 커피하우스에서 평생 커피 향 맡으며, 커피 향처럼 살고 싶다. 당신에게 후지지 않은 커피 한잔을 건네고 싶다. 커피 한 잔, 하실래요?
posted by 낭만_커피
2009. 8. 11. 19:09 오늘의 문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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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