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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8. 25. 19:31 문래 인디커피하우스
OOD에게...


안녕, 어떻게 지내니. 오늘 갑자기 니 생각이 났어. 골다방 옆집에, 새로운 이사를 오시게 될 분 때문에. 누군지 알아? 김선주 전 한겨레 논설주간. 지금도 한겨레에 칼럼을 쓰시고 계시지. 

곧 이사를 오시기로 했어. 며칠 전에도 오셔서 이곳 문래예술공단에 작업실을 찾고 계시던 터였어. 마침 옆집에 방이 비게 됐는데, 비었다고 말씀 드렸더니 오늘 찾아오셔서 계약을 하셨어. 이제 곧 이웃이 되는 거지. ^.^ 

음, 니가 떠오른 건, 한때 언론계에 있었던 니가 참 좋아할 분이기 때문이었을까. 아마 니가 그 분을 뵀다면, 그 특유의 하이톤과 하얀 웃음으로 얼마나 좋아했을까가 떠올라서야. 넌 재잘재잘 그분과 얘길 나눴겠지. 혼자서 그런 상상을 했어.

나도 물론 좋아. 한겨레 칼럼 중에 가급적 꼭  읽어보고자 하는 칼럼니스트 중의 한 분이시거든. 한때 언론계에 몸담았던 나로서도 좋아하는 언론계 선배 중의 한 분이고. 물론 그 분이 찌질한 나를 후배로 여겨주실 지는 알 수 없지만. 하하. ^^;;

김 선생님 칼럼 중에 나왔던 것으로 기억해. "나이 오십이 되면, 지갑은 열고 입은 닫아라." 오십즈음 혹은 넘은 선배들이나 어른들을 뵐 때마다, 나는 이 말을 끄집어내면서 밥과 술을 조달(!)받곤 하지. 하하. 이 빌어먹을 그지 근성! 빈대 근성!

그리고 지금-여기의 시대를, 장삼이사의 인식을 상징하는 이 말.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의 조건으로서 돈의 힘을 절감하고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아파도, 적확하고 명징한 현실을 가리키는.

아마도 좋은, 훌륭한, 노장 한 분을 이웃으로 모시게 된 일. 나로선 참 영광이네. 이런 일, 너도 알았다면, 너도 그 분을 뵀다면 참 좋았을텐데, 그치? 그렇게 니가 생각이 났다. 어때? 잘 지내지? 아주 가끔, 이런 엉뚱한 계기로 니가 보고 싶다.

음, 부족하지만, 내가 좋은 이웃이 될 수 있다면 좋겠어. 노장의 너른 품과 세계를 접할 수 있는 즐거움을! 그럼, "노장에 대한 존경이 없는 사회의 노장은 불행하다.그러나 존경의 대상을 갖지 못한 젊은이들은 더 불행하다"는 말이 비껴가겠지?^^

선생님 칼럼에 내 커피가 아주 작은 힘이라도 됐으면 좋겠다.
그 칼럼이 또 누군가를 움직인다면, 아 정말 행복하겠다아~
그래, 내 작은 바람을 니한테 건넨다. 여전히 안녕...

[김선주칼럼] 숙제가 너무 어렵습니다


posted by 낭만_커피
2009. 8. 25. 00:24 밖에서 본 문래동

광장과 거리, 건물외벽·옥상… "예술공간이 따로없네"
해지면 서울시립미술관 벽엔 미디어아트 펼쳐져


조상인 기자 ccsi@sed.co.kr

광장과 거리, 건물 외벽과 옥상 할 것 없이 도시 어디든 예술 공간으로 변모할 수 있다. 대형 건축물 주변에 조형물을 두고 오가는 사람들이 감상할 수 있는 기존 형식을 넘어 전시장이 아닌 곳을 예술체험 공간으로 개척한다는 면에서 미술감상의 차원을 달리한다. 작품감상은 갤러리나 미술관에서만 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예술 속으로 스며들어간다.

경방타임스퀘어 광장은 조각품 전시공간 탈바꿈


강남대로도 미디어폴 22개 '미디어아트'거리로


해가 기운 저녁 8시 이후. 서울시립미술관 건물의 외벽은 미디어아트 작품을 상영하는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한다. 한여름 밤에 눈이 내리는가 하면 도심 한복판에 북극곰이 나타나기도 한다. 김민선과 최문선으로 구성된 작가그룹 ‘뮌’의 작품이다. 미술관이 주최한 ‘라이트월(Light Wall)’ 전시로, 단순히 빛을 투영하는 쇼 형식과 달리 이야기를 풀어낸 미디어아트 영상물을 상영하는 것이라 관람객의 관심도 남다르다. 오는 9월20일까지 매주 수~일요일 오후 8~10시 사이에 전시가 진행되며 관람료는 없다. (02)2124-8937

관람과 참여를 이끄는 데는 광장만큼 좋은 곳도 없다. 독립큐레이터 김선정(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씨가 이끄는 미술기획사 ‘사무소’는 영등포동 경방타임스퀘어를 예술의 공간으로 단장했다. 국제적 활동이 왕성해 유명 미술관에서나 볼 수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기에 작품 수준 만 놓고 보면 뉴욕의 타임스퀘어가 부럽지 않다. 동양의 전통개념 ‘카르마(Karmaㆍ업)’를 주제로 자잘한 인간군상이 서로 연결된 조각작품을 만든 서도호 외에 버려진 공간 자체를 예술적으로 탈바꿈 시키는 윤동구, 깨진 도자기 파편으로 다문화 사회를 은유하는 작가 이수경, 사회와 역사를 비판하는 이불과 사물의 내면을 돌아보게 하는 지니서 등 5명이 참여했다. 정식 오픈은 오는 28일로 예정됐다.

주물공장이 많았던 문래동 철재상가 내 한 건물에서는 ‘옥상 미술관 프로젝트’가 열린다. 이곳 복합예술공간의 이름이자 단체명이기도 한 ‘프로젝트스페이스 랩39(www.squartist.org)’는 예술활동의 공유와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며 옥상을 전시공간으로 택했다. 오는 21일 개막전에는 의자를 소재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현대미술가 손민아와 서울시립대 건축학과 학생그룹인 ‘스튜디오24’ 등이 작품을 선보인다. ‘도시는 우리의 것이다’라는 주제로 다양한 작가들이 참여해 전시를 이어간다.

한편 거리 전체가 예술공간으로 바뀐 강남대로도 눈길을 끈다. 강남역에서 교보타워 사거리까지 약 760m 구간에 일종의 전광판 기둥인 ‘미디어 폴’(LED와 LCD 영상패널로 구성) 22개가 들어서 ‘미디어아트 거리’로 다시 태어났다. 3개월간의 테스트 기간을 거쳐 지난 7월부터 정식으로 미디어작품을 상영하고 있다. 강남구청은 예술작품의 컨텐츠 관리를 위한 별도 담당자를 둘 정도로 열의를 보이고 있다. 김형기 인천국제디지털아트페스티벌 총감독은 “다양한 매체 발달이 현대미술의 한계를 무너뜨리고 전시공간의 경계조차 넘나들면서 확장해 나가고 있다”면서 “관객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 수 있어 시민들에게 예술이 곧 일상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고 평했다.


서울경제신문 원문기사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8. 23. 19:53 문래 인디커피하우스
골다방은 이렇게 영화관(극장)으로도 바뀐다.
'골목길 영화관'이랄까.

불온한 사람들 몇몇이 영화를 함께 했다.

혁명과 전복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를 보면서,

나는 제대로 된 '혁명'이 일어나지 못한(않은) 이 땅을 다시 생각했다.

한홍구 교수가 그랬다.
프랑스혁명이 일어났을 당시에,
상위 5%가 전국 토지의 25~30%를 소유하고 있었고,
프랑스혁명사는 "혁명이 일어나지 않으면 이상한 것"이라고 기술했다고.

그러나 혁명사를 소유하지 못한 이곳은,
1988년 기준으로 상위 5%가 전국 사유지의 65%를 소유하고 있다.
지금은, 모르긴몰라도 상위 5%가 아마 더 많은 땅을 소유하고 있을 것임에도,
'혁명'의 기운(의지?)은 글쎄...

프랑스의 작가이자 정신과 의사인 프란츠 파농은,
"혁명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더 이상 견딜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여기는 충분히 견딜 수 있기 때문일까.
궁금해졌다. 얼마나 더 흉포해져야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되는 것일까.

지금-여기는,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면서 갈 곳을 묻는 당신에게
국가가 폭력으로 대답하는 세상"(참여연대)이다.

모든 사람들이 '부자 돼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건네고,
투기가 투자라고, 노후를 위한다는 그럴싸한 변명을 해대는 사회다.
불로소득과 일확천금, 로또나 대박을 노래로 흥얼거리며 꿈꾸게 만드는 시대다.
더 높은 아파트와 마천루가 세워지는 것을 우리가 잘 사는 것으로 착각하면서,
개발국가의 가장 타락한 형태인 토건국가의 정체성이,
시민의 세금을 탕진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것임을 모르는 사회구조다.
이런 구조에서 우리는 얼마나 지속가능할까.

체 게바라를 왜 좋아하냐고 묻는 우문에,
쿠바의 한 아저씨는 대수롭지 않게 이렇게 말했다.
"혁명 때문이죠. 모두에게 이로운 혁명..."

기득권을 가졌던 체는 물론 영화 속의 그가,
혁명 혹은 체제전복을 주도·동참한 것은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기존 질서가 유지된다면 피 흘리는 이가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 질서에 순응한다는 것은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아도 현 체제가 행하는 살인에 동참하는 것임을 알고 있어서다.

프랑스 혁명의 한 켠, 당신도 알다시피 커피가 있었다.
혁명가, 사상가, 철학자들은 커피를 마시며 혁명을 꾀했다.
프랑스 혁명 당시의 커피하우스 '르 프로코프(Le procope)'는,
혁명의 서식지이자 거처였다.

꿈꾼다.
내 커피 한 잔이,
혁명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이 공간 한 켠이,
불온한 공간으로서 작동할 수 있다면...

혁명, 그것만이 신이 떠나고 없는 세상을 제대로 지탱시킬 수 있다.
정의따위 이미 죽어서 유골함에 방치된 지 오래된,
불의와 권력이 야합해 약자를 짓밟는 이 좆같은 세상을, 
통째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혁명, 그것은 매직아워!
해가 넘어가 없어져지만 빛이 아스라이 남아 있는 순간.
하루 중 가장 아름답고 신비하게 우리를 비추는 순간.
밤이 된 것 같지만 아직 낮이 남은 순간.
어둠보다 빛이 눈에 띄는 순간. 

그리하여,
나는 당신의, 우리의 혁명을 지지한다.


첨언하자면,
수입해 놓고선,
아직 극장에 안(못) 걸리고 있는 스티븐 소더버그의 <체>!
나는 1년이 넘도록, 지치지도 않고 뼈와 살이 타도록 기다리고 있다.
  80회 생일의 '체 게바라'가 촛불에게, "승리할 때까지"

부디, 올 가을에는 개봉해 주시라.
10월9일 체의 42주기에 맞춘다면 더욱 좋겠다.
언젠가 골극장에서 <체>를 보면서 함께 피를 끓었으면 좋겠다.
저들처럼 굵고 긴 혁명적 시가를 빨고서 말이다. ㄴ ㅑ ㅎ ㅏ ㅎ ㅏ~


"…<체>는 미학적, 정치적으로 꼼꼼하게 설계된 차가운 전기영화다.
그런데도 <체>의 마지막 장면에서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는 건 도대체가 불가능하다.
볼리비아군과 CIA는 즉결 처형한 체 게바라의 시체를 헬리콥터에 묶어서 나른다.
혁명가의 핏기없는 얼굴에 매달린 턱수염이 프로펠라 바람에 휘날리는 순간,
티셔츠 위의 수염 달린 아이콘은 처음으로 뜨거운 피를 얻는다.
스티븐 소더버그는 차가운 두뇌로 뜨거운 심장을 창조하는 데 성공했다.
☞ 어찌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으랴, 스티븐 소더버그의 <체>




* 그리고 오늘, 김대중 선생님의 영결식이 있었다.
잘 가시라.
비록 그것이 분절되기 어려운 것이라 할 지라도,
나는 대통령 하기 전까지의 그를 존경한다.
그는 영원히 김대중 선생님.
posted by 낭만_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