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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 이야기.
낭만_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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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1. 12. 18:50 문래 인디커피하우스
우석훈 박사의 표현에 따르자면, 나는, "인생 더러운 놈"이다. ^.~
'혁명'이라는 말에, 가슴이 훅 뜨거워지고, 심박이 불끈불끈 빨라지며,
피는 좌심실을 지나 대동맥으로 빨간불을 켜면서 흘러간다.

그러니까,
지난 11월7일이 그랬다.
역사를 들춰보자면, 볼셰비키 혁명(10월 혁명)의 92주년.
더불어, 뜨거웠던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의 탄신일. 탄생 130년.

그 혁명질을 떠올리며,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 에쓰쁘레쏘 룽고를 따랐다.
공식적으로 돈을 받고 처음으로 행하는 커피 수업이 있던 날.
골다방으로 찾아온 8명의 커피스트들을 위해 나는,
커피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과 커피를 통해 바라보는 세계를 이야기했다.

그렇게 모인 8명을 위해 가진 나의 첫 커피수업.
내가 이날 에쏘 룽고를 마시는 이유를 말했지만, 그들은 쉬이 알아차리진 못했을 터.

어쨌거나 그것이 나의 역사에선 하나의 선을 긋는 일이 아닐쏘냐.
내가 첫 수업을 한 날이 10월 혁명이 있었고 트로츠키가 태어난 날이라는,
괜히 혼자 의미를 부여하면서 잔재미를 느끼기도 했지만,   

사람의 많고 적음은 아무 것도 아니다.
역사적인 순간은 늘 그렇게 소수에서 시작한다지 않나.
《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이렇게 얘기하고 있었다.
최후의 만찬에 모인 사람은 13명이었고,

1976년 6월4일 영국 맨체스터, 섹스 피스톨스의 데뷔공연을 지켜본 이는 42명이었다.


이날 섹스피스톨스의 공연은 맨체스터의 펑크록 신의 시작을 알리는 것과 같은 공연이었다.
공연에 뻑 가서,
"섹스 피스톨즈는 팝스타라는, 숭배의 대상과도 같은 신적인 존재로서의 뮤지션의 신화를 파괴하는 것 같았다"고 말한 버나드 섬너는 역시 같은 자리에 있었던 피터 후크와 밴드를 결성했고, 역시나 공연장에 있었던 이언 커티스가 나중에 밴드에 참여하면서 조이 디비전은 시작됐다. 이언 커티스 혹은 <컨트롤>이라는 영화로도 알려진, 조이 디비전. 단 두 장의 정규앨범, 4년이라는 짧은 활동기간, 그럼에도 그 음악이 다른 이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 그룹이지. 

그밖에도 이날 공연에 있었던 몇몇은,
'버즈콕스', '뉴 오더'(조이 디비전의 후신), '진저 넛' 등의 밴드를 결성했다.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밴드들이 그날 섹스 피스톨스의 공연에서 비롯된 것이다. 

뭐, 오해는 마시라.
내가 대단한 일을 했다는 것도 아니고, 역사적인 순간이 될 거라고 얘기하는 것, 아니다.
행여나 그렇게 생각한다면, 얼토당토 않은거고.

나는 그저 커피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품은 커피세계에 작은 균열이라도 일어나,
커피를 통해 좀더 각자의 우주가 넓어지길 바랐을뿐.

뭐 혹시 또 아나. 그 중 누군가는 커피혁명가가 될지, 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바리스타가 될지.

4시간 여의 내 생애 첫 번째 커피수업.
나름 나쁘지 않았다고 자평하면서,
심지어 "커피수업이 참 재미있었다"고 말해준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게 커피수업을 마치고,
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을 찾아 마포아트홀을 찾았는데.

바로 이것.
붕가붕가레코드의 도서발간기념 총력레이블전 제2탄
"우리는 나아지고 있다" 

취재가 목적이었긴 하나,
그것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면서 나는 온전히 공연을 즐겼다.
즐거워서, 그 딴따라질이 사랑스러워서, 나는 그것을 혁명이라고 생각했다.

모름지기, 지금의 혁명은 그런 거다.
즐거운 것, 재미있는 것, 놀 줄 아는 것. 꺄아아아~

10월혁명이나 트로츠키의 혁명과는 또 다른, 그러면서도 맥락이 통하는.
"뭐라도 재미있는 것을 해보자"는 모토에 맞게,
무대위의 밴드나 함께 보는 관객들이나 열심히 혁명을 즐기고 있었다. 나 역시!
어쩌면 이날 공연을 본 누군가는 밴드를 결성해서 음악을 즐길 터이다.
혹시 아나, 붕가붕가의 밴드를 능가하는 그런 음악을 하게 될줄.

내가 보기에, 좆같은 꼰대들이 만들어놓은 이 엄혹한 시대는,
그 꼰대들이 다 놀 줄 몰라서 그런 거다.

무기력한 아해들이나 청춘들도 어쩌면 마찬가지다. 놀 줄 몰라서!
아해들에게, 청춘들에게 놀이를 돌려줘야 한다. '스펙'따위 타령 그만하곳.

아무렴, 2009년 11월7일의 혁명은 그렇게 놀고 있었다.
즐거웠다. 혁명은 그렇게 놀 줄 아는 사람이 만드는 거다.
우석훈 박사의 말이 맞다. 우리는, "노는 것을 회복해야 한다."

제대로 놀 줄 아는 그들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위해,
우리도 함께 재미있고 즐겁기 위해서,
"여러분의 현금이 저희에겐 힘이 됩니다"라는,
붕가붕가레코드 곰사장의 이 말, 철썩같이 믿고 지지한다.


놀 줄 아는 연대를 위해, 꺼내야 할 것은 현금. 
김현진도 그리 말했다.
“다들 먹고 살기 힘들다 보니까 연대를 잘 못한다고 괴로워하는데 시간이 없을 땐 ‘현금빵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굉장히 신자유주의적 시각의 연대긴 하지만, 별달리 시간도 여유도 없을 땐 최선의 연대는 입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연대를 받은 적 있는 나로선, 깊이 공감한다.
커피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나의 모토는, '지속가능한 커피질'이었고, 여전히 그렇다.
부디, 나의 커피질도 지속가능하길, 버티고 견딜 수 있길...
이날 내게 용기와 위안을 준 커피스트들과 붕가붕가레코드의 딴따라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참, 다시 얘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책은 굉장히 유쾌하고 재미있으며 흥미롭다.

가능하면, 꼭 현금 내고 사보길 권한다! 

posted by 낭만_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