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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8. 23. 19:53 문래 인디커피하우스
골다방은 이렇게 영화관(극장)으로도 바뀐다.
'골목길 영화관'이랄까.

불온한 사람들 몇몇이 영화를 함께 했다.

혁명과 전복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를 보면서,

나는 제대로 된 '혁명'이 일어나지 못한(않은) 이 땅을 다시 생각했다.

한홍구 교수가 그랬다.
프랑스혁명이 일어났을 당시에,
상위 5%가 전국 토지의 25~30%를 소유하고 있었고,
프랑스혁명사는 "혁명이 일어나지 않으면 이상한 것"이라고 기술했다고.

그러나 혁명사를 소유하지 못한 이곳은,
1988년 기준으로 상위 5%가 전국 사유지의 65%를 소유하고 있다.
지금은, 모르긴몰라도 상위 5%가 아마 더 많은 땅을 소유하고 있을 것임에도,
'혁명'의 기운(의지?)은 글쎄...

프랑스의 작가이자 정신과 의사인 프란츠 파농은,
"혁명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더 이상 견딜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여기는 충분히 견딜 수 있기 때문일까.
궁금해졌다. 얼마나 더 흉포해져야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되는 것일까.

지금-여기는,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면서 갈 곳을 묻는 당신에게
국가가 폭력으로 대답하는 세상"(참여연대)이다.

모든 사람들이 '부자 돼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건네고,
투기가 투자라고, 노후를 위한다는 그럴싸한 변명을 해대는 사회다.
불로소득과 일확천금, 로또나 대박을 노래로 흥얼거리며 꿈꾸게 만드는 시대다.
더 높은 아파트와 마천루가 세워지는 것을 우리가 잘 사는 것으로 착각하면서,
개발국가의 가장 타락한 형태인 토건국가의 정체성이,
시민의 세금을 탕진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것임을 모르는 사회구조다.
이런 구조에서 우리는 얼마나 지속가능할까.

체 게바라를 왜 좋아하냐고 묻는 우문에,
쿠바의 한 아저씨는 대수롭지 않게 이렇게 말했다.
"혁명 때문이죠. 모두에게 이로운 혁명..."

기득권을 가졌던 체는 물론 영화 속의 그가,
혁명 혹은 체제전복을 주도·동참한 것은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기존 질서가 유지된다면 피 흘리는 이가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 질서에 순응한다는 것은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아도 현 체제가 행하는 살인에 동참하는 것임을 알고 있어서다.

프랑스 혁명의 한 켠, 당신도 알다시피 커피가 있었다.
혁명가, 사상가, 철학자들은 커피를 마시며 혁명을 꾀했다.
프랑스 혁명 당시의 커피하우스 '르 프로코프(Le procope)'는,
혁명의 서식지이자 거처였다.

꿈꾼다.
내 커피 한 잔이,
혁명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이 공간 한 켠이,
불온한 공간으로서 작동할 수 있다면...

혁명, 그것만이 신이 떠나고 없는 세상을 제대로 지탱시킬 수 있다.
정의따위 이미 죽어서 유골함에 방치된 지 오래된,
불의와 권력이 야합해 약자를 짓밟는 이 좆같은 세상을, 
통째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혁명, 그것은 매직아워!
해가 넘어가 없어져지만 빛이 아스라이 남아 있는 순간.
하루 중 가장 아름답고 신비하게 우리를 비추는 순간.
밤이 된 것 같지만 아직 낮이 남은 순간.
어둠보다 빛이 눈에 띄는 순간. 

그리하여,
나는 당신의, 우리의 혁명을 지지한다.


첨언하자면,
수입해 놓고선,
아직 극장에 안(못) 걸리고 있는 스티븐 소더버그의 <체>!
나는 1년이 넘도록, 지치지도 않고 뼈와 살이 타도록 기다리고 있다.
  80회 생일의 '체 게바라'가 촛불에게, "승리할 때까지"

부디, 올 가을에는 개봉해 주시라.
10월9일 체의 42주기에 맞춘다면 더욱 좋겠다.
언젠가 골극장에서 <체>를 보면서 함께 피를 끓었으면 좋겠다.
저들처럼 굵고 긴 혁명적 시가를 빨고서 말이다. ㄴ ㅑ ㅎ ㅏ ㅎ ㅏ~


"…<체>는 미학적, 정치적으로 꼼꼼하게 설계된 차가운 전기영화다.
그런데도 <체>의 마지막 장면에서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는 건 도대체가 불가능하다.
볼리비아군과 CIA는 즉결 처형한 체 게바라의 시체를 헬리콥터에 묶어서 나른다.
혁명가의 핏기없는 얼굴에 매달린 턱수염이 프로펠라 바람에 휘날리는 순간,
티셔츠 위의 수염 달린 아이콘은 처음으로 뜨거운 피를 얻는다.
스티븐 소더버그는 차가운 두뇌로 뜨거운 심장을 창조하는 데 성공했다.
☞ 어찌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으랴, 스티븐 소더버그의 <체>




* 그리고 오늘, 김대중 선생님의 영결식이 있었다.
잘 가시라.
비록 그것이 분절되기 어려운 것이라 할 지라도,
나는 대통령 하기 전까지의 그를 존경한다.
그는 영원히 김대중 선생님.
posted by 낭만_커피